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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네이버 영화 포스터

 

개봉 : 2021.09.15
감독: 이장훈
장르: 드라마
국가:대한민국
러닝타임:117분

 

 

기차가 서는 그날까지 포기란 없다.

 

주인공인 '준경'이 사는 동네에는 오갈 수 있는 길은 기찻길만 있고, 정작 기차역은 없는 곳이다. 역과 역 사이의 길이 멀어 기찻길을 따라 걸어야 하기 때문에 종종 기차를 피하지 못한 사고가 일어난다. 준경이 수학 경시 대회에서 상을 탔던 날, 누나인'보경'과 함께 집에 돌아오는 길에도 기찻길에서 갑자기 나타난 기차를 피하려다 누나가 강에 빠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딸의 시신이라도 찾아보려 했으나 결국 찾지 못한 아버지인 '태윤'은 딸을 잃은 슬픔에 차가운 강물 속에 걸어 들어갔다. 그때 갑자기 어디선가 준경이 누나를 부르는 목소리를 듣고는 정신을 차리게 된다. 그날부터 준경에게 보경이 보이기 시작한다.

어느덧 준경은 보경보다 나이가 많아진 중학생이 된다. 학교에서 라희라는 여학생이 약간 모자란 듯 하지만 순수하고 천재성을 지닌 준경을 알아보고는 본인이 스스로 준경의 뮤즈를 자처하며 풋풋한 밀당을 시도한다. 이과 쪽으론 천재이나 문과 쪽은 아니었던 그에게 라희는 준경이 대통령에게 자신의 동네에 기차역을 세워달라는 내용의 청원글을 보내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그 후 예산 때문에 역을 지을 수 없다는 답장이 오고 답답한 준경은 마을 사람들과 하나 둘 힘을 모아 역을 직접 짓게 되고 양원역이라 이름 짓는다.

무뚝뚝하고 준경한테 눈길 하나 주지 않던 무심한 아버지 이자 기관장인 태윤은 허가 없이 정차할 수 없다며 양원역을 그냥 지나치지만, 마침내 준경을 위해 양원역에 정차하는 일이 생기게 되고, 지금까지 자신 때문에 어머니와 누나가 죽은 줄 알고 자책했던 준경에게 그날의 진실을 털어놓는다.

 

실화를 모티브로 한 동화 같은 판타지

 

개봉 후, 2022년 17회 파리 한국영화제(작품상-장편영화), 31회 부일영화상(여우 조연상), 58회 백상 예술대상(영화 여자 조연상)의 수상을 거머쥔 영화 '기적'은 71만 관객을 마지막으로 상영 종료 후 빠른 시일인 12월 22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었다. 더 많은 관객을 모을 수 있었지만 코로나 시국의 피해를 본 것 같다.

영화는 1988년 경상북도 봉화군 소천면 분천리에 역명부터 대합실, 승강장 등 전부 마을 주민이 손으로 직접 지은 우리나라 최초 민자 역사인 양원역의 건립 실화를 모티프 삼았다. 참고로, 양원역은 24년 간 운행 후 2012년 폐역 되고 2013년 관광 열차가 들어와 외부로 이동할 수 있는 길도 생기게 되었다고 한다. 영화 속 양원역은 정선 유천리 일대에 세트를 제작하여 촬영했고, 도경리역, 원주의 간현 유원지 등등 강원도의 다양한 곳에서 촬영했다고 한다.

처음 TV에서 홍보 차 나오는 배우들의 인터뷰만 봤을 땐, 그저 작고 예쁜 한 시골마을 동급생 들간의 풋풋한 사랑 이야기를 다루는 영화인 줄 알았다. 인터뷰 상 미리 공개된 장면 중 주인공 '준경' 이 마을 사람들과 역을 짓고 있는 모습이 참 따뜻해 보였고, '라희'와 서로 대화를 나누는 씬에서 둘의 티키타카가 너무 즐겁고 아름답게 보였기 때문이다. 영화 속 준경은 누가 봐도 무뚝뚝하고 내성적인 성향이라 말도 쉽게 건네지 못하는 성향인데 반해, 라희는 그런 준경에게 필요한 적극적이고 상큼 발랄한 에너지를 부여해주는 인물이라 극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는 듯했다. 감독이 연출했던 전작이 '지금 만나러 갑니다' 였던 것을 알고 봐서 그런지 보는 내내 현실적인 시선보다는 그 특유의 동화적이고 아름다운 판타지가 돋보였던 것 같다.

고등학생을 연기한 30대 배우라는 타이틀에 이질감이 생길 수도 있었지만 영화를 보다 보면 그저 배우들의 연기에 쏙 빠져 배우 '박정민'이 고등학생? 이란 의심의 눈빛은 반드시 쓸모없는 것이 된다. 정말 고등학생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어색함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고 그들의 풋풋한 사랑놀이가 정말 순수하게 느껴졌다. 중간중간 자연스럽게 스며든 코미디도 재미있었다. 특히 준경이 마지막 결말 부분에서 아버지에게 처음 술을 배우는 장면에서 '윗사람 앞에서는 술잔을 돌려 마시는 것이다'라는 태윤의 꾸중에 고개를 돌려서 마시지 않고, 잔을 손으로 돌돌 돌리며 마시는데 생각지도 못했던 발상에 놀라워하며 박장대소를 했던 것이 기억난다. 두 배우의 합과, 탄탄한 연기력과 대본이 바탕을 이룬 작품이라, 어색함 전혀 없이 편안하고 즐거운 웃음으로 끝까지 볼 수 있는 영화였다.

이 작품은 1980년대, 정확히 말하자면 1986~1988년의 시대를 배경으로 했다. 그 시절 향수 어린 소품들 뿐 아니라 그 소품들을 사용하는 데 있어도 진심을 다해 그 향수를 녹여냈다. 특히 카세트테이프로 녹음하는 방법과 그 녹음 내용이 대표적이다. 문방구는 지금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는 다정함을 보여줬고, 운전 중, 지도책으로 길을 찾는 장면과 장학퀴즈 같은 프로그램은 당시 시대적 배경을 회상하기에  충분한 장치였다.

영화 속 계절은 여름과 가을이지만 겨울에도 참 잘 어울리는 영화라고 생각했다. 연말에 가족들과 함께 볼 영화로 강력하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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