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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 2012.10.31
감독: 조성희
장르:멜로/로맨스, 드라마, 판타지
국가:대한민국
러닝타임:125분

 

위험한 존재 늑대소년, 사랑에 빠지다.


영화는 미국의 한 이민 가정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아들 부부 내외와 함께 살고 있는 주인공 순이는 어느 날 한국에서 한 통의 전화를 받게 된다. 고향집을 팔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결정하라는 부동산 중개업자의 전화다. 화면은 1960년대 47년 전으로 돌아간다. 폐병을 앓던 순이는 요양 차 가족들과 한적한 마을로 이사를 간다. 다음 날, 빨래를 널던 순이와 엄마는 어둠 속에서 몸을 숨기고 있는 한 의문의 늑대소년을 발견한다. 야생의 눈빛을 가진 소년에게 조심스레 감자를 던져줬더니 허겁지겁 다 먹어치워 버린다. 순이와 가족들은 소년을 위해 집을 찾아주려고 노력했지만 실패로 끝나고 결국 집으로 데려와 한동안 같이 살게 된다.
처음엔 이 모든 상황이 짜증이 나고 거부감이 강하게 들었던 순이지만, 이내 '철수'라고 이름을 지어주고는 '애견 백과'라는 책을 읽고 학습한 내용대로 철수의 행동을 통제하며 식사예절, 옷 입는 법, 글 쓰는 법 등 하나하나씩 가르쳐주기 시작한다. 태어나 처음으로 자신에게 손을 내밀어준 한 소녀에게 점점 애틋한 감정이 생기는 철수. 이제는 밥도 얌전히 먹고, 기다릴 줄 알게 되며 조금씩 순이의 가족이 되어간다. 이런 철수의 등장으로 순이에게 다가가기 어려워지자 화가 잔뜩 난 이가 있다. 순이의 아버지의 회사를 송두리째 빼앗아버린 분의 아들이자 순이에게 치근덕대는 집주인 지태다. 그는 어느 날, 만취한 상태로 양목장을 차로 들이받아 양을 죽게 한다. 기회다 싶은 지태는 철수에게 대신 누명을 씌우고, 반은 늑대, 반은 사람인 철수의 숨겨져 있던 위험한 본성을 결국 드러나게 한다. 순식간에 사람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어버린 철수를 위해 순이는 어쩔 수 없이 헤어짐을 선택한다. 마지막으로 사육장에 갇혀버린 철수에게, 그동안 가르쳤던 '기다려'라는 말을 하고 철수와 이별한다.

당대 최고의 멜로 흥행 1위 작품

 

2012년에 개봉한 '늑대소년’은 영화 ‘모글리’를 모티브로 한 판타지 로맨스 영화이다. 정부에서 군사 목적으로 유전자를 변형시켜서 만들어진 철수는 ‘늑대인간'으로, 실험실에서 탈출해 사회성이 결여되어 길들여지지 않은 채 한 소녀를 만나게 되고 소녀를 통해 인간다움을 배우며 서로 교감하는 내용이다. 개봉 전 제37회 토론토 국제영화제에서 '컨템퍼러리 월드 시네마' 부문에 초청되었으며 결과 현지에서 상당한 호평을 받았다고 한다. 개봉 당시 비밀리에 블라인드 시사회를 개최했는데, 남자보단 여자에게 더 어필했는지 관람객 중 여성 관객들의 상당수가 눈물을 참지 못했다는 여담이 들리기도 했다. 개봉 후 10월 중순에 언론시사회에서도 상당한 호평을 받았는데, 당시 이 영화가 영화배우 '송중기'의 대표작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영화 '승리호'와 '탐정 홍길동'을 연출한 조성희 감독 작품으로 총 제작비 55억 원의 저예산이 투입되었지만, 손익분기점인 관객수 180만 명을 훌쩍 넘은 총 7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여 당대 최고의 멜로 흥행 1위를 기록했다.

 

눈물과 함께 동화책의 마지막 장을 덮다.

 

처음부터 끝까지 동화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는 기분으로 영화를 봤다. 영화 특유의 몽환적 분위기와 잘 어우러지는 주연 배우들의 그림체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정말 편안하고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느낌이었다. 특히 영화를 보며 더욱 아름답다는 느낌이 들었던 이유는, 마지막 부분에 이들이 다시 재회하는 장면 때문이다. 철수는 지태의 누명을 대신 쓰고, 사육장에 갇혀버렸지만, 순이는 이런 철수를 위해 '눈사람'이라는 책을 한 권 들고 간다. 눈사람이 무엇인지 설명하고 나중에 눈이 내리면 같이 눈사람을 만들어보자고 한다. 결국 두 사람은 헤어지게 되고 이 약속은 지켜지지 못하나 싶었으나, 이 책을 47년 동안 고이 간직했던 철수가 다시 만난 순이에게 이 책을 직접 읽어주고, 순이가 떠나간 후에도 혼자서 눈사람을 만드는 장면이 나온다. 판타지 영화답게 송중기는 47년이 지나도 47년 전 미모를 그대로 간직한 늑대소년이다. 순이는 떠나는 차 안에서 멀리서 눈사람을 만들고 있는 철수를 보며 부동산 중개업자에게 집을 팔지 않겠다는 답을 하며 영화는 끝이 난다. 이 결말을 보고 나니, 동화책의 마지막 장을 읽고 덮는 기분이 들었다. 

 

아름다웠지만 마냥 아름답게 끝나지 않았던 이유

 

주인공인 철수는 유전자 변형을 통해 각종 실험으로 같은 인간들에게 실험을 당했으며, 어쩌면 태어났을 때부터 학대를 받아왔던 것 같다. 인간이 이렇게 비양심적이고 이기적인 존재라는 것은 '지태'를 통해 압축해서 보여줬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순이네 가족들처럼 철수의 특별함을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는 사람들이 과연 주변에 몇이나 있을까. 아니 바로 나부터 돌아보게 되는 시점이다. 지태는 철수의 정체를 알고 난 뒤부터 그를 죽여야 한다고 호들갑을 떨었고, 주변의 경찰들이나 마을 사람들도 같이 동조했다. 현실에 만약 이런 사람이 나타난다면 도움의 손길은커녕 경계하고 배척하는 게 자연스러워진 세상이 된 게 아닌가 싶어 씁쓸한 느낌마저 든다. 우리는 때때로 나와 겉모습이 다르고, 인종이 다르고, 다른 언어를 쓴다는 이유만으로 쉽게 나와 구분 지어 분류하고, 이 '다름'을 인정하는 게 쉽지 않음을 알게 된다. '우리', '나'라는 개념의 영역을 조금만 넓혀도 세상은 조금 더 따뜻해지고 더욱더 넓게 느껴질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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